「5.18 힌츠페터스토리」(처음으로 쓰는 영화 후기 글)
지난해(2021년) 11월 23일 독재자 전두환이 죽었다.
그가 독재하는 동안 수많은 악행을 벌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짓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공식명칭 5.18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바로 그것 말이다.
내가 5. 18 광주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 것은 티비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시민들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오히려 곤봉을 들고 시민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모습과 이후 군대의 무차별 발포로 인해 참혹하게 희생당한 주검의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본인은 그렇게 기억함) 그대로 티비에 방영되었는데 그 장면을 보고 꿈에 나올까 두려워서 잠을 설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 다큐가 힌츠페터 라는 독일인 기자가 5.18당시에 광주에 직접 들어가서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 처음으로 힌츠페터 기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후 2017년에 개봉한 힌츠페터와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관련된 영상이 또 없나 싶어 이리저리 찾다가 이 영화를 발견해서 보게 되었다.
이번에 다룰 「5.18 힌츠페터스토리」는 지난 2003년에 방영한 「kbs일요스페셜-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를 기반으로 (내가 본 다큐가 이거인 듯하다.) 그 이후의 내용을 추가로 보강해서 영화화 한 작품이다.(어쩌다 보니 2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셈이다)
영화버전으로 다시 보니 그 때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참혹한 상태의 주검의 모습에서, 살인기계가 되어버린 군인들의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20년 전에 받았던 충격과 공포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였다.
두 번씩이나 보기만 한 나도 이런데 이걸 직접 겪었을 사람들은 오죽 했을까 싶다. 저 주검이 내가 될 수도 있단 생각과 혹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될 수 있단 생각(이미 잃어버린 고통을 겪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이 드는데 무기를 들지 않았을 사람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저 당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군인들 중에는 이후에 저 당시에 했던 잘못에 대해 큰 후회를 하고서 그때의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그 당시의 참상의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들이 느꼈을 자괴감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참상을 담아내고 전두환 군사정권의 만행을 알리고자 목숨을 건 용기와 진정성을 보인 힌츠페터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1980년 5월의 광주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십년 전 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5.18을 비하하고 그때 당시의 피해자들과 호남인을 조롱하며 독재자들을 찬양하고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를 부정하는 부류들이 생겨나고 그 부류들이 역사와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서(특히나 어린친구들을 목표로 해서)5.18을 왜곡. 선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힌츠페터의 취재영상은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왜곡을 막아내는데 큰 역할을 해준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힌츠페터가 보여준 진정성과 용기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표한다.
「5.18 힌츠페터스토리」
감독: 장영주
출연: 위르겐 힌츠페터, 조성하
제작: KBS 한국방송
배급: 드림팩트 엔터테인먼트
개봉: 2018.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