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DHD를 앓고 있다. 이 병을 처음 진단 받았을 때가 2016년쯤이었으니... 6년째 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는 중이다.
ADHD를 몰랐을 때의 나는 의도치 않게 ‘어몽어스’라는 게임에 나오는 임포스터가 되는 순간이 많았다. 남에게 신신당부 받아도 금방 까먹고서는 실언 또는 실수를 저지르고 욕먹기 일쑤였고 수업시간에도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의 차이가 극명했다. 좋아하는 과목의 수업시간 때엔 아주 맑은 정신이었다가 싫어하는 과목시간이 되면 집중하려고 애쓰다 딴생각하다 꾸벅꾸벅 조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시간에서의 차이는 성적표의 등급과 점수로 돌아왔다. 그래서 성적표가 나오는 날 특히 방학식날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물론 방학식 다음날부터는 좋았지만....)
자기 앞가림이 도저히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밖에서도 별 볼일 없는 존재였다. 집에선 공부못한다고 까이고 욕먹고 다른 친척들이랑 비교당하고, 밖에서도 놀림 당하는 날이 많았다. 이 증상은 자라서도 계속되었다. 군 복무시절엔 과장 좀 보태서 진짜 맞아 죽을 고비만 수차례였고 사회에서도 자잘한 실수 때문에 일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인간관계에서 숱한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도 예전보단 좀 나아지긴 한 것 같지만 막상 엄청나게 변하고 이런 건 없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많았다. 근데 막상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것대로 힘들고 이유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는 모순에 빠졌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가 겪고 있는 증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없나 싶어 또는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어떤 건지 제대로 알고 싶어서 관련된 영상이나 자료를 찾아다녀봤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기엔 뭔가 부족했다.
그러던 와중에 「젊은 ADHD의 슬픔」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죽하면 제목을 본 순간부터 반가움에 살짝 울컥했으니 말이다.
「젊은 ADHD의 슬픔」은 ADHD를 앓고 있는 저자의 살아온 일상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이고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ADHD가 어떠한 병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저자가 겪었던 상황과 행동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정리정돈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 수업시간 때 집중을 못하고 딴 생각하는 모습, 뭔가에 꽂히면 과하게 몰입하다 못해 취해버리는 모습과 싫은 건 그것이 꼭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손도 대지 않을 정도로 극혐하는 모습, 절제가 잘 안 되는 모습등 많은 부분에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저자와 나의 성별차이 혹은 시끄러운ADHD와 조용한 ADHD의 차이 정도였다.
「젊은 ADHD의 슬픔」은 나처럼 ADHD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할 게 많고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힐링서적이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ADHD가 어떤 병인지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일종의 가이드 북 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ADHD를 겪고 있는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있거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사람이 ADHD인지 아닌지 짐작해볼 수도 있고 만일 ADHD라면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레 예전보다 그 사람을 보는 관점이 살짝 너그러워지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젊은 ADHD의 슬픔」, 지은이: 정지음, 발행인: 박근섭, 박상준, 민음사, 2021
'짧은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밀밭의 파수꾼」 - 후기 (3) | 2021.12.03 |
---|---|
「우화로 떠나는 고전산책」 짧은후기 (0) | 2021.10.19 |
『불교 입문 – 2017년 개정판』 후기 (0) | 2021.10.03 |
「이방인」 (0) | 2021.09.23 |
『대통령을 갈아 치우는 남자』 (0) | 2021.09.19 |